<불편한 장소에서>, 타다 유미, 2009. 감상리스트


Story
어느 날 세타 소우지는 하나무라 요스케에게 둘이서 영화를 보러 가자는 권유를 받는다. 그 말을 흔쾌히 수락한 세타였지만, 다른 친구인 쿠지카와 리세와 사토나카 치에까지 끼어들어 계획은 완전히 망치게 된다. 넷이서 영화를 보게 된 약속 당일, 왜인지 먼저 권유했을 요스케는 세타를 피하기만 한다.

Coupling
주인공 X 요스케

Comment
비교적, 이라기보다는 매우 최근 (9월) 에 발간된 타다 유미의 페르소나4 동인지. 서클 Made in Detoit의 <katastrophen>에 수록되었다. 게스트 참가라고는 하지만 실제로는 타다 유미의 원고가 절반을 차지하고 다른 서클 멤버들이 절반을 채워서 묘하게 주객전도스러운 느낌이다. 일반 동인지샵에 납품되지 않는 물건이기 때문에 손가락만 빨 처지인 걸 어떻게 구해서 읽어볼 수 있게 되었는데, 다시 한 번 M님 감사드립니다.

타다 유미의 확고한 스타일은 실제로 상업작에서도 여러 번 드러난 바 있는데, 그녀의 독특한 패턴은 동인지에도 유감없이 적용된다. <불편한 장소에서> 또한 마찬가지로 타다 유미 작품을 읽어본 사람이면 익히 익숙할 만한 구성인데, 예를 들면 반드시 단편 앞에 도비라가 들어간다는 식의 기법적인 측면에서부터 스토리 전체에 묻어나는 정서의 흐름까지 그녀의 색이 곳곳에 녹아있는 것이다. 극단적으로 말하자면 타다 유미가 페르소나4의 동인지를 그렸다기 보다는, 그녀가 해왔던 스토리에 그대로 <심즈>처럼 페르소나4 캐릭터 스킨을 씌운 느낌이다. 그녀가 가지고 있는 특유의 아우라는 2차창작이라는 장르적 특수성에도 불구하고 전혀 죽지 않은 채 살아있다.

그러나, 그렇기 때문에 이 작품은 원작인 페르소나4에 초점을 맞춘다면 상당히 미묘하다. 특히나 캐릭터의 해석이 크게 좌우되는 2차창작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사람에 따라서는 거부감을 심하게 일으키는 사람도 있을지도 모른다. 시골 마을인 이나바는 어쩐지 그녀의 작품군에 자주 등장하는 미국의 대도시 같은 이미지로 변했고, 캐릭터의 관계에 있어서도 어느 정도 원작과 달리하는 부분이 보이기 때문이다.


▲ 스트리트 이나바... 여기가 그 산골 깡촌이라고 생각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듯


가령 주인공의 경우, 여기에 등장하는 세타 소우지는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쿨하면서도 엉뚱한 짓을 벌이는 엄친아 이미지와는 저만큼 떨어져, 요스케에 대한 독점욕과 집착, 자신이 곁에 머무를 시간이 제한되어 있다는 것에 대한 불안감으로 초조해하는 캐릭터를 구축하고 있다. 물론 실제로 페르소나4라는 게임의 특성상 주인공의 해석에 상당히 자유도가 있는 건 사실이나, 타다 유미가 그려낸 이 주인공은 기본적으로 게임 곳곳에서 힌트처럼 제시되고 있는 이미지보다도 몇 발짝 더 떨어져있는 이미지다. 타다 유미의 기존작에 등장하는, 신경증을 앓는 어린아이 같은 성격의 남성 캐릭터를 그대로 가져온 느낌이랄까. (좀 더 알기 쉽게 장면으로 예를 들자면... 리세가 달라붙는다고 냅다 욕부터 내뱉는 주인공을 상상할 수 있는 페르소나4 유저 분, 여기 계신지?)

물론 이는 다른 캐릭터도 마찬가지이다. 하나무라 요스케는 그의 기본 캐릭터 자체가 기존 작품군에 자주 등장했던 '의견표시를 제대로 하지 못하고 어딘가 한심해보이는 남자' 캐릭터였기에 거의 위화감이 없는 편이지만, 쿠지카와 리세는 '약간 눈치 없으면서 사랑에는 확실한 여성 캐릭터' 포지션을 가져왔기 때문에 원작과 비교했을 때 위화감이 들 수밖에 없는 구도를 만들고 있다. 사토나카 치에는 등장 자체가 적어서 뭐라 평가하기 어렵지만 전체적으로 인물들의 대사가 굉장히 직설적으로 변했기 때문에 조금 생각에 차이가 있는 부분이 있었던 것이 사실.

그러나 이런 2차창작적으로 불리한 요소는 타다 유미라는 보정에 의해 전부 사라진다. 그 보정값이 "페르소나4 동인지"가 아니라 "타다 유미의 동인지"라고 생각하면 무난히 즐길 수 있는 물건으로 변하는 마술을 부리는 것이다. 그만큼 <불편한 장소에서>는 건조한 전개도 급전직하하는 결말도 지극히 타다 유미스럽다. 특유의 그림은 (해상도 실수인지 스케치를 그대로 다듬은 것인지는 알 수 없으나) 힘을 빼고 그린 티가 나는 거칠거칠함이 눈에 띄지만, 적당히 미려하고 연출은 상당히 괜찮다. 

아니, 굳이 타다 유미의 스타일을 좋아하지 않아도, 이 커플의 팬이라면, 요스케의 멱살을 잡아끌고서 오늘이 며칠이냐고 외치는 세타의 모습에서 아무런 감흥도 느끼지 않을 수는 없을 테다.


P.S (1)
본래 제목은 <いけないところで>. 뭐라고 번역해야할지 모르겠어서 적당히 번역했다;

P.S (2)
원래 타다 유미 작품에 대해 쓰고 나서 쓰고 싶었는데 페르소나 보정이 붙어 마음 속에서 시너지 효과를 일으켰기 때문에 먼저 쓰게 됐다. 타다 유미 작품은 나중에 몇 권 더 읽고 쓸까 생각 중.

P.S (3)
동인지 감상에 과연 어디까지의 선이 있는지 잘 알 수가 없는데, 문제가 생기면 내릴 예정.


<닌자의 왕> 11권, 카마타니 유키, 2009. 감상리스트




Story
삼라만상 사건 이후 모습을 드러낸 쿠모히라. 미하루는 그에게 비술을 이 세상에서 소거해줄 것을 요청하게 된다. 주변의 동료들은 삼라만상의 소거를 목표로 뭉치는 사이에도, 미하루 안의 그림자는 떨쳐지지 않는다. 자신은 누구를 위해 비술을 행한 것인가? 유키미를 비롯한 주변인에게 파편처럼 남아있는 잔상은 무엇인가? 그 사이 카이로슈의 핫토리 도쥬로는 새로운 수를 꺼내든다.

Lexis
저 구름, 모자같이 생겼네. (미하루)

Comment
점프의 슬로건으로 "우정, 노력, 승리"와 에스컬레이터식 배틀물이 있듯이, G판타지 계열이라고 했을 때 떠오르는 일련의 작품군들에게도 분명히 일정한 법칙이 있었다. 판타지 소재와 여성향에 살짝 치우친 무성향, 내지는 소프트BL. 최근작으로는 <흑집사>와 <좀비론>, <판도라하츠>가 그랬고 잡지를 옮겼지만 <최유기>, <러브리스>도 분명히 G판타지의 이런 성향이 잘 드러나는 부류였다.

최근 <흑집사>의 흥행과 더불어 왜 앞서 애니메이션화되었던 <닌자의 왕>은 별다른 주목을 끌지 못한 걸까 생각해본 적이 있었는데, 그림이 딱히 나쁜 것도 아니고 G판타지의 표면적인 방침은 매우 잘 따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성원의 격차가 꽤 큰 편이었기 때문이다. 단 몇 달의 간격을 뒀음에도 같은 잡지 소속 만화가 이렇게나 결과물이 달라진다는 건 물론 애니메이션 자체 퀄리티나 마케팅, 업체의 푸쉬 등 여러가지 외부적 요인을 물론 무시할 수 없지만, 사실 이 작품 자체의 성향 또한 <흑집사>처럼 대중적으로 인기를 끌만한 물건은 아니다. 이 만화는 확실하게 취향을 탄다. 그 이전의 10권과 이번 권을 보고서 그 이유가 확연히 잡히기 시작한다는 느낌.

그걸 가장 강렬하게 드러내주면서도 이 작품의 터닝 포인트가 되는 것이 실상 이 작품의 간판이나 마찬가지였을 요이테의 퇴장이다. 실로 이 작품에 있어서 요이테가 남긴 그림자는 짙었는데, 통념적으로 생각해봤을 때 사실 요이테를 이렇게 일순간에 퇴장시키고서 이런 식으로 이야기 전개를 하기는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작가는 미련없이 요이테를 소멸시켰다. 만화가 다 그렇다만 G판타지는 특히나 캐릭터로 먹고 들어가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에 (실상 <닌자의 왕>도 어느 정도 캐릭터물의 성격을 띠고 있는 건 분명하다) 간판급 캐릭터를 건드리는 것은 아무래도 신중해질 수밖에 없음에도 불구하고 작가가 저질러 버렸다는 게 굉장히 의외여서 이것을 어떻게 수습하려나 싶었던 우려에도 불구하고, 막상 이번 권을 보니 의외로 괜찮게 나아가고 있다. 

이번 11권에서, 새로운 사건과 함께 엮어들면서 이야기 자체는 분명 착실하게 진행된다. 요이테의 그림자를 무시하지 않으면서도 그 그림자에 매달려 빙빙 돌다가 침잠하지 않은 채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 물론 전체적으로 이번 권에서 미하루가 한 일은 비술을 삭제하기로 결심한 것 외에는 단순히 유키미와의 정신적 케어밖에 없었지만, 그 와중에도 작가는 착실하게 "요이테가 있었다"는 사실을 미하루에게 주입시킨다. 요이테가 이야기의 전면으로 나왔을 무렵부터는 거의 역할이 배제되다시피 했던 쿠모히라도 소멸과 맞추어 슬슬 무언가를 터뜨릴 분위기를 내고 있고, 이제는 쿠모히라보다도 작품에서 더 중요한 비중이 된 것 같은 유키미 또한 파트너인 요이테가 사라진 이후로도 제 위치를 고수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미하루보다 이 아저씨가 요이테 없어져서 더 힘들어하는 것 같은데, 없어진 팔의 통증에 괴로워하는 부분이 그를 가장 단적으로 드러내준다.)

충격적인 전개에 따르는 후폭풍이 있을 것임에도 불구하고, <닌자의 왕>은 아직까지는 스탠스를 분명하게 유지되고 있다. 요이테 퇴장 후 잡지를 끊어서 인기가 어떻게 변동했는지는 모르겠다만 적어도 예상보다 빠른 퇴장에 따른 위화감을 빼면 스토리는 아직까지 안정적이다. 오히려 요이테가 사라졌다는 그 "위화감" 자체가 현재 하나의 스토리적인 의문으로 남아있는 만큼 앞으로 어떻게 회수해나갈지에 대해 기대가 크다.

다만 그러면서도 한 편으로 불안한 것은 이번 단행본에 등장한 신 캐릭터. 슬슬 활용할 만한 캐릭터도 떨어졌으니 이 쯤에서 한 번 새 물을 넣어줘야 하긴 하겠지만, 여태까지만 해도 그렇게나 강해보였던 카사에 또 다른 센 놈이 있다! 식의 전개는 새로운 사건을 만들어 내기 위해 캐릭터 투입에 의존하게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든다. 지나치게 앞서나간 기우라면 좋겠지만, 11권 자체가 전체적으로 한 번 정리해주고 들어가는 과도적인 이야기다 보니 섣부른 판단은 일단 유보. 12권에서 어떤 식의 신전개가 있을지 기대된다.


P.S (1)
어딘가에서 히키코모리를 하고 있던 쿠모히라의 소재지는 후마촌. 유키미가 추적하면서 아일랜드까지 언급한 판에 숨고 숨어서 겨우 거기냐 싶은 생각이 안 드는 것도 아니다만 이제 슬슬 방향을 잡고 나아가기 시작한 것 같다. 이제 그만 다메남 컨셉을 버릴 때도 되었으니 앞으로의 활약이 어떻게 될지 흥미로운 부분.

P.S (2)
코이치와 라이메이는 순조로운(?) 연애노선 진행 중인데 여태까지의 패턴도 있고 해서 아무래도 잘 될 상이 아니다. 실상 둘의 목적 또한 상반되고 있기 때문에 언젠가 한 번 크게 부딪히거나 한 쪽이 희생하는 식으로 난장신파를 겪을 예감이라서 불안. 이 만화에 얼마 없는 커플분자인데...

P.S (3)
이번 권의 라이코우와 가우를 보니... 시미즈 가의 대가 불안하다. 야생의 게이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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